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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글

기종이는 갑자기 발끈 화를 내었다.

 "모두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란 말이지? 아니야! 아니야!"

 그 아이가 나한테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정말 처음이었다.

 "진짜 거짓말쟁이가 누군지 말해주겠어. 너는 저번 미술 시간에 네가 그린 그림을 들고 교단 앞에 나가 이렇게 말했지. 이 기다란 노란 네모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건 정말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나두 엄마를 그리워하지만, 절대루 노란 네모처럼 그리워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건."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우뚝 백마를 세웠다. 내 그림에 시비를 거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그래, 나두 너한테 거짓말을 많이 했어. 산지기 얘기두, 골방철학자 얘기두 죄다 거짓말이야. 나는 산지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골방철학자가 얼마나 괴상한 사람인지 너한테 아르켜 주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너의 노란 네모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얘기였어. 그런데두 넌 그따위 노란 네모가 아이들의 싸움박질보다 훨씬 더 쓸모있다구 생각하고 있는 거야! 우리 동네 대빵 자리보다 훨씬 더 말이야!"

 "이 짜식이!"

 나는 약이 올라 말안장에서 훌쩍 뛰어내려 기종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때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관두자" 하며 아량이라도 베풀 듯 잡은 멱살을 놓아 주었다. 기종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너는 나를 때려야 했어. 그랬다면 나는 너한테 복종했을 거다. 하지만 이젠 달라. 네 별명은 이제부터 '노란네모'다!"

 기종이는 쪼르르 달아나며 "노란네모~ 노란네모~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하고 나를 놀려대었다. 나는 돌멩이를 들어 기종이한테 던졌지만, 맥없는 돌팔매질이었을 뿐이다.

 

-위기철, 아홉살 인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