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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귀신은 안 믿어도 외계인은 믿는 이유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아니면 3학년때 있었던 일이니까 기억이 흐릿할 만도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의문과 이질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늘이 정말 푸르고 맑았던 날이었으니, 가을 쯤이었을 것 같다.


내 자리는 교실 왼쪽 뒤 창가였는데 뒤쪽인 편이라고 해도 그때 학생 수가 워낙 많아서 내 뒤로도 자리가 2개는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창가에 앉으면 대부분 그렇듯 앞에서 선생님이 뭔 얘기를 해도 집중이 잘 안 됐다.

 

 


원래 수업태도가 불량한 편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좋은 날씨라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방과후에 뭘 하고 놀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선가, 내 시야에 뭔가 신경쓰이는 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에 떠서 수평으로 천천히, 수직축으로 돌면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새카만 무언가.

 


그 당시 우리 동네엔 고층빌딩이란건 없었고, 그리 높지 않은 하늘에서 마치 풍선과도 같은 느낌으로 흘러가듯 움직이던, 그러나 풍선을 절대 아니던 그것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그 모양을 묘사하라면 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기억인데, 그건 W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각지지 않아야 할 곳이 각지고 약간 꺾여있어서 완벽한 W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입체적이고 대칭인 W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해가 어느 쪽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표면이 햇빛을 반사해 약간 반짝이기도 했었다.


그대로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고있던 나는 그동안 짝꿍이나 애들한테 말할 생각도 못했다.


앞의 친구는 칠판 쪽으로 보고 있었고 내 짝꿍도 마찬가지.


이걸 나 혼자 봤다면 누가 믿어 주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내 뒤의 친구, 그 짝꿍, 그리고 내 뒤의 뒤 친구까지 나와 같은 표정으로 흥분해 있었다.


나까지 4명이 모두 그걸 멍하니 보고 있었던 거다.


어차피 선생님은 수업 안듣는 애들 신경도 안 썼고, 나는 뒤돌아서 그애들과 '와와 저거 유에프오 아냐?? 유에프오지?' 등등 말하며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게 지나간지 1분이나 2분쯤 됐을까, 예의 헬리콥터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더니 그것이 지나간 것과 같은 방향과 같은 높이로 헬리콥터 5대가 나란히 지나가는 것이었다.


어떤 헬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검은 헬기들이었다.


단지 그 시기엔 기동훈련을 하는 건지 그런 식으로 헬기들이 3~5대로 줄지어서 지나가는 일이 꽤 많았다.


어린 시절이라 신기해서 지나갈 때마다 하늘을 보려고 했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저 시끄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타이밍에 지나가게 되니 헬리콥터들이 지나간 것도 매우 이상했다고 기억된다.


여기까지가 기억나는 부분의 마지막이다.


이 기억이 그리 엄청난 게 아니면서도 친구들이나 여러 매체들로부터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기억나서 흐려지지 않고 있다.

대학 1학년쯤 스스로도 한번 기억이 맞나 확인하고 싶었었다. 어릴 적에 꾸었던 이상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 그 친구들이 누구인지도 전혀 기억이 안 나고 해서, 어머니께 여쭤 봤었다.

제가 어릴 때 UFO얘길 하지 않았었냐고.

그랬더니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네가 친구들이랑 우르르 놀러와서는 다같이 UFO를 봤다고 재잘거리던 날이 한번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내가 한동안 UFO가 나오는 악몽을 꿨다고 하셨다.


이렇게 주욱 써놓고 보니 별로 거창하진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흐려질 기억이기에 기록해 놓고, 또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같이 본 친구들아, 졸업앨범을 봐도 누가 너넨지 감이 안잡히더라...

딱히 연락처가 남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 어쩌다 생각나서 인터넷에 W자형 UFO W모양 UFO 이렇게 치면 이글 나오려나? 보게되면 댓글이라도 남겨봐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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